영화 '화양연화' 소개, 줄거리 및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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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소개

영화 '화양연화'는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으로 한 출연한 영화로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로 유명한 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품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로 시대 설정상 불륜이라는 소재는 꽤 다루기가 까다로웠을 듯 하지만 소재만 그럴 뿐 내용의 전개 자체는 그냥 덤덤히 지켜볼 수 있게 구성이 되어있다. 시대초월적이지도 않고, 자극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관계란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기본에 깔려 인물들의 행동이 부자연스럽지도, 낯설지도 않다. 그리하여 어떤 세대가 보더라도 거부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뜻의 '화양연화'는 2000년 부산국제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감독과 배우들이 내한했었다. 한편 양조위는 이 영화로 53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줄거리

1961년 홍콩. 상하이 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주모운(양조위)과 소려진(장만옥)이 같은 날 세를 들어 이사를 오게 된다. 주모운의 아내는 호텔에 근무하여 늦는 날이 많고, 소려진의 남편은 해외 출장이 잦아 혼자 보내는 저녁시간에 자주 마주치며 친분이 쌓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의 핸드백과 넥타이를 보며 배우자들이 자신들을 속이며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와중에 부모 간병을 간다던 주모운의 아내가 소려진의 남편을 따라 일본으로 간 사실을 알게 된 주모운은 끝없는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하여 소려진과의 유대가 더욱더 깊어지게 된다. 그 와중에 주모운의 무협소설 집필을 도와주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따로 마련한 호텔에 소려진이 드나들게 되고, 그로 인해 주위사람들의 의심을 사게 된 소려진은 주모운으로의 발길을 끊는다. 한편 주모운 또한 자신들을 배신한 사람들처럼 되지 않으려 싱가포르행을 택하게 되고 그렇게 소려진과 주모운은 헤어지게 된다. 1963년 주모운은 간직하고 있던 소려진의 슬리퍼가 없어지고, 립스틱이 묻은 담배와 회사로 걸려오는 말없는 전화에 소려진이 찾아온 것을 눈치채지만 둘은 끝내 만나는 일이 없이 세월이 흐른다. 1966년 소려진은 자신이 세들어 살던 아파트에 다시 찾아오고, 주모운 또한 홍콩에 돌아와 아파트를 찾아오게 되지만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는 처지를 깨닫게 된다. 

 

감상평

여자는 말없이 기다리고, 남자는 용기가 없어 주저하고, 그런 남자를 보며 여자는 떠나간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리니 좋은 시절이란 그리워하는 것도, 아쉬워하는 것도 다 자기가 짊어지고 가야 할 시간의 흔적일 뿐이다. 잊기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자기 위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시 찾은 곳에 머무르는 것도,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 하는 것도 지울 수 없음을 알기에 하는 행동일 뿐이다. 여자는 눈으로 이야기를 한다. 말로 하는 것은 이제는 두렵기 때문이다.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너무 두렵다.  남자는 기다린다. 무언가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여자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둘은 마주치고, 바라보고, 마음이 가까워지는 듯하는 순간에도 자신들을 배신한 사람들처럼 되는 것이 두렵다. 그런 생각이 둘 사이를 항상 가로막고 거리를 두게 만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과는 별개로 남자와 여자는 결국 그들처럼 되어버린다. 그동안 왜 그들이 자신들을 배신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하지가 않다. 그런 일들은 참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화양연화는 단순히 그 시절이 좋았다. 그렇게 말하는 영화는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감정은 어찌 되었든 현재 진행형이고, 홀가분하게 떨치고 끝은 맺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멜로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자연스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기화가 되게 만든다. 이 영화의 내용을 떠나서 적어도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감상에 젖게 만든다. 그런 추억의 끝이 어찌 되었는지는 서로 다르게 적혀있을 확률이 높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한없이 아름다울 것이다. 물론 영화가 끝나고 난 다음은 마음이 뻥 뚫어져 있는 것처럼 허탈하고 공허하겠지만 멜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고통쯤은 견뎌 낼 각오는 되어있어야 하지 않겠나. 화양연화는 그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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