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큼 그렇게 막 달콤하지만은 않은 영화 "첨밀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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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밀밀

'꿀처럼 달콤하다'는 뜻이지만 제목만큼 그렇게 달콤하지 만은 않은 영화 '첨밀밀'. 8,90년 아시아의 영화시장을 장악했던

홍콩영화계의 명작 중 하나다. 당대 최고의 스타 여명과 장만옥을 주연으로 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회자되는 영화다. 

 

줄거리

여소군은 그때의 중국인들이 그랬듯 돈을 벌기 위해 홍콩으로 오게 된다. 친척 고모의 보살핌 아래 홍콩 생활을 시작한

여소군은 광둥어와 영어를 주로 쓰는 홍콩에서의 생활이 어렵기만 하고, 그런 와중 이교라는 여자를 알게 되는데, 

홍콩 살이가 익숙해 보이는 그녀에게 소군은 여러 가지로 의지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

되지만 대륙에 약혼자를 두고 온 여소군은 이교와 더 이상 가까워지지는 못한다. 

 

 

 

한편, 사업과 주식투자의 실패로 벌어 놓은 돈을 모두 잃고 빚까지 지게 된 이교는 현실적인 삶의 무게와 어쩔 수 없는

여소군과의 거리를 견디지 못하고 마사지 샾에서 손님으로 만난 건달 두목의 품으로 감으로서 여소군과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여소군의 결혼식장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척해 보지만 예전의 감정이 살아 난

여소군은 부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이교에게 가려고 하는데, 이교는 모든 것을 잃고 실의에 찬 건달 두목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여소군을 남겨 놓은 채 떠나가게 된다. 그렇게 모두와 헤어지게 된 여소군은 홍콩에서 아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 고모마저 세상을 떠나게 되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와 친한 주방장이 있는 미국 뉴욕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건달 두목과 뉴욕에 있던 이교는 그를 총격사건으로 잃게 되고, 설상가상 본인의 비자도 만료되어 추방될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그렇게 이송되던 차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소군을 보고 뒤따라 뛰어가 보지만 잡지 못하고

놓치게 된다.

그로부터 몇년 후 뉴욕에서 여행 가이드 일을 하던 이교는 등려군의 사망소식을 전자제품 판매소에서 보게 되고,

거기서 역시 같은 뉴스에 길을 가다가 멈춰 선 여소군을 마주하게 된다.

 

등장인물

장만옥이 연기한 이교는 억척스러운 인물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수완도 좋고, 머리도 좋으며 상황 판단도 잘한다.

그래서 여러모로 발전이 덜 된 대륙에서 홍콩으로 넘어왔지만 적응을 잘하며 살아가는 여성이다. 하지만 이교도 홍콩이 

낯설기는 다른 대륙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여소군을 쉽사리 떠날 수가 없고, 홍콩 살이에 적응하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 지향적인 사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여소군과의 관계를 과감히 끊고, 건달 두목에게

감으로서 인생을 변화시킨다. 

여명이 연기한 여소군은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약해 보이지만 동요하지 않는 부드러운

표정이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떠나보낼 때도, 떠나갈 때도 격정적이지 않은 표정이지만 쉽사리 눈을 

떼기가 어려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이교는 그를 잊을 수가 없고, 떠날 수가 없으며, 마지막에 재회할 때도 그 표정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교에게 여소군은 항상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감상평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되어있고,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이 말은 누군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이 된다. 지정되지 않은 시간에 서로가 떠나가고, 서로가 돌아오고 한다면 엇갈릴 확률이 훨씬 높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여소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자리하는 게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그래서 홍콩에서 뉴욕이라는 공간이 옮겨졌음에도 여소군은 우연히 마주친 이교 앞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얼굴로

웃을 수가 있었고,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이교 또한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웃은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이교가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은 여소군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교만이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여소군은 묵묵히 

지키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꿀처럼 달콤한 상상을 해본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둘은 원래 같은 기차를 타고 홍콩에 도착한 것임을 보여준다. 이 둘은 원래 같은 출발선상에 있었다는

뜻이다. 차를 태워준다며 자전거를 태우는 장면은 만남을, 뉴욕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소군을 놓치며 망연자실

하는 장면은 헤어짐을 뜻하는 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마주하는 장면에서 둘은 아무것도 타고 있지 않은 채 만나게 되는데

이젠 서두름 없이, 더 이상의 부침이 없이 조용히 손잡고 걸어갈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 그제야 마음이 차분히 놓였다.

언제 봐도 아프다가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그래서 대놓고 달콤하다 말을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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